[원태연] 異緣 (다른 인연)
author 미랑 date 2004-04-24 hit 169 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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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 원태연


당신 친구들이 당신의 생일 케익에 촛불을 켜 주었을때
내 친구들은 힘없이 물고 있던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고
당신이 오늘 약속에 입고나갈 옷을 고르고 있을때
나는 오늘도 없을 우연을 기대하며 당신이 좋아했던 옷을 챙겨입고 있었고

당신이 오늘 본 영화내용을 친구들과 얘기하며
그 영화에서 느낌이 좋았던 장면을 떠올리고 있을 때
나는 우리가 왜 만났고 왜 싸웠고 얼마나 행복하게 지냈는지를
빈 술잔을 채우는 친구에게 얘기하며 채운잔을 또 비우고 있었고

당신이 아무 생각없이 호출기에 메세지를 남기면 연락드리겠다고 녹음 했을때
나는 그 목소리라도 밤새도록 반복해 들으며 전할수 없는 메세지를 달래고 있었고
당신이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놀라 어느 처마 밑으로 피해 있을때
나는 내리는 그비를 다 맞으며 당신이 피한 그 처마 밑을 찾으러 뛰어다니고 있었고

당신이 일기장에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때
나는 보여주지 못할 편지를 끄적이며 어김없이 찾아올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당신이 그해의 첫눈이 반가워 누구를 만날까 생각하고 있을때
나는 당신이 내 호출기 번호를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호출이 올때마다 철렁 내려 앉는 가슴을 느끼며 첫눈을 맞이하고 있었고

당신이 책상정리를 하다 미처 버리지 못한 내 편지를 읽으며
의미 없는 미소로 아무런 느낌없이 그 편지를 휴지통에 넣을때
나는 그옛날 내가 보낸 편지의 어느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머리속으로라도 다시 고쳐쓰고 있었고

당신이 생일 며칠전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무슨 선물이 필요해'라고 얘기 했을때
나는 너무나 건네주고 싶었던 선물 앞에서 당신과 너무나 어울릴거라 생각하며
준비해논 돈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고 있었고

당신이 새로 나온 음반의 어느 가사가 너무 좋더라며 음미하고 있을때
나는 나하고 절대 상관없는 슬픔인지 알면서도 무너지는 그 가사에
또 한번 가슴이 내려앉아 함께 무너지고 있었고

....

당신이 한 남자를 얻었을때
나는 영원히 한 여자를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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